논둑의 봄

 계란 간장 조림 한 점,

엄마의 손맛이 입 안에 들어왔다.
그 맛이
시간을 데리고 왔다.

사탐말 논 옆,
나는 다섯 살,
아버지는 봄 볕 속에서
일하는 척,
사실은 나를 지키고 있었고.

엄마는 삶은 계란을 내려놓고
형의 소풍으로 발걸음을 옮겼다.
그 순간,
나는 세상에서
가장 오래된 이별을 배웠다.

고랑에 자라던 머루,
기억 속의 그림자처럼 희미했는데
형이 말해줬다.
"그거, 니네 논 옆에 자라고 있던 거야."

형은 이제 없다.
봄은 또 오고,
나는 그때보다 훨씬 커졌지만
여전히 누군가의 곁을
지키고 싶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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